2010/08/25 17:31 분류없음
첫 여행, 그리고 Düsseldorf
요즘도 독일에서의 1년을 하루에 몇번씩이나 회상한다. 혼자 여행하면서 생겼던 헤프닝,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있었던 일들 하나하나까지 추억하며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얼마 살지 않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꼽으라면 몇개월 전까지 나의 생활이었던 이때를 꼽는다. 지금의 바뀐것 같이 바뀌지 않은 내 삶에서 그때의 기억은 삶의 자극제이자 전환점, 그리고 희망이 되었다. 그때를 절대 잊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기록한다.
인천공항에선 별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저 생애 첫 여행과 앞으로 시작될 모험들이 기대되선 가족과 헤어지면서도 눈물 한방울 안흘렸던, 지금 생각하면 개념없이 들떠있는 여자애였다. 역시 개념이 없었으니 출국하는곳으로 나가자마자 면세점을 들러 랑콤 립글로스를 15유로나 주고 샀었다. 지금 다시 출국하게 된다면 다시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뭔가를 사지 않을것이다. 그날 나는 유로화밖에 없었는데 가격표는 다 달러에, 거스름돈은 출국후에 쓸모없어지는 한국돈으로 줬었기 때문이다. -.-
비행기에 오르니 한국인 승무원들이 둘이나 타고 있었다.(그당시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한국인 보다는 외국인들이 대부분이었던 기내였다. 내 옆에는 그리스에서 왔다는 아저씨가 앉았었는데 그는 독일어를 한마디도 못해 나의 되도않는 영어로 베리 스멀스멀한 토크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12시간을 같이 앉아서 가야했으니 싫든 좋든 결국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었다.
그는 출장차 한국에 들렸었는데, 또 출장으로 독일에 가게 되는거라 했었다. 그가 나에게 외국어를 배울때에 대한 조언을 해줬던 걸로 기억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내 영어가 너무너무 짧았던게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숴웠다.
음... 왜 뮌헨 공항에서의 사진이 하나도 없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찍은것 같은데 카메라엔 남아있지 않다. 어쨌건 뮌헨 공항에서도 하나의 좋지않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1시간 이내에 뒤셀도르프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정신없이 출국장을 빠져나가다 길을 잠시 잃었었다. 그때 어떤 그리스 아저씨(오면서 그리스 사람을 둘이나 보는 운(?)가 도와줬었는데 이 아저씨... 도와줬던건 감사했지만 접근의도가 뭔가 이상했다. -.-
나에게 명함도 주고, 자기가 독일 뒤셀도르프에 보석상을 하고 있는데 어쩔저쩔.... 그때는 도와줘서 감사했던지라 별 생각이 없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동양인 여자애라서-.- 그런 사람이 달라붙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내가 그 명함을 들고 연락까지 했었다면.... 그 뒤에 일은 생각도 하기 싫다.
숙소로 향하던 도중 뒤셀도르프의 야경. 실은 야경이건 잣이건 눈에도 안들어왔었고 짐이 무거워 죽을것만 같았었다.ㅠㅠ
가까스로 뒤셀도르프행 비행기를 찾았더니 눈때문에 두시간이나 지체되었다. 루프트 한자가 미안하다며 기내같이 생긴 초콜렛을 선물로 줬었다. 짜증이 나서 그랬던건지 되게 맛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뒤셀도르프 공항에 도착했다. 이젠 공항에서 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했었는데... 독일땅에 처음 떨어졌으니 표를 뽑아야 하는건지,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안뽑으려다가 '운좋게도' 표를 뽑아 컨트롤러에게 걸리지 않고(기차안엔 컨트롤러와 나밖에 없었다. ㄷㄷ) 뒤셀도르프 중앙역까지 잘 도착했었다.
밤 10시가 넘었을 무렵 역을 빠져나와 이제는 숙소로 가야했다. 헌데 어떻게 가야하는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버스정류장도 뒤져보고, 트램타는곳도 뒤져봤지만 본다고 뭐가 나올리가 있나.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결국 어떤 흑인언니의 도움을 받아 트램을 타고 숙소가 있는 역에 내렸다.
한국에서 이미 Jugendherberge에 머물기로 계획 지도까지 뽑아와 보면서 열심히 찾아 나섰다. 지도에는 7분정도 걸으면 나온다고 적혀있었지만, 15분이 넘게 걸려서야 도착했다. -.-
유스호스텔 카드 덕분에 쉽게 입실할 수 있었다. 짐이란 짐을 서랍장에 빠르게 꾸겨넣고 생전 느껴보지 못했던 엄청난 피곤함을 잠으로 달랬다.
아침엔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같은방의 독일인 아줌마 덕분에 일찍 깨어났다. 이상하게도 피로하거나 잠을 덜잔것 같은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당시 나는 정말 에너자이저급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왠지 식권같이 생긴걸 처음 JH에 올때 받았었는데 정말 식권이었다-.-; 알고보니 시스템상 아침은 무료로 제공, 점심,저녁은 추가의 돈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아침은 독일식 딱딱하고 땡그란 빵과 같이 먹는 치즈와 햄들, 콘푸라이트들, 요구르트들, 그리고 탄산수와 자매품 오렌지맛 탄산수가 나왔다. 나는 그중 콘푸라이트들을 정말 좋아했다. 여기서 점심과 저녁을 만들어 해결할 수도 있었다. 빵에다가 햄과 치즈를 넣고 누스플리를 바른뒤 휴지에 싸서 점심용, 저녁용을 만들었었다. 그렇게 허술한 빵이 나름의 식사가 되었다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아침 9시 반쯤, 무작정 숙소를 나와 걸었다. 그때의 뒤셀도르프는 비가 추적추적 오고 날씨가 엄청 흐렸었다. 트램을 타도 됬었지만 마땅히 갈곳도 없었기에 다리를 건너고, 교회를 지나 중심까지 도착했다.

뒤셀도르프 도심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던 아름다운 호수. 길을 잃고 헤메다가 발견하였다.
처음으로 둘러봤던 도심거리가 뒤셀도르프의 Königsstraße였다. 엄청 오래되어 보이는 Commerzbank 건물과, 부티크같은 고급상점들이 즐비해 있었다. 왠지 여기는 내가 있을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얼른 벗어나 중앙역까지 걸었다.
그리고 12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할일이 없어졌다-.-;;; (이렇게 조사도, 계획도 없는 여행은 시간낭비만 한다는것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그래서 이곳에 옴으로서 달성하려는 가장 큰 목표인..........축구장으로 달려갔다-.-;;;;;;;;;;;;;;;;;;;;; U-Bahn 79번을 타고 꽤나 오래 달려서야 LTU 아레나에 도착했다. 이때는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가 포풍 공사중이었기에 포르투나 뒤셀도르프의 구장인 LTU 아레나를 빌려쓰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당시 3부리가에 있던 포르투나에게 과분할정도로;; 경기장은 크고 컸다. 난 이곳에서 선수들이 트레이닝도 하고 있을줄 알았는데 또 그런거는 레버쿠젠에서 하는 모양이었다. 표라도 사볼까 했지만 주변에 그런것들을 구할 수 있는것이 전혀-.- 없었다. Messe를 하는 곳과 연결되어 있던 경기장이었는데, 메쎄기간이 아닌 그때는 사람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아무도 없었다. 이곳에서 본것이라곤 독일 동네 형들이 축구 하는 모습 뿐이었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허탕만 치고 시간은 오후 2시. 아직도 하루는 길고 길게 남았다. 오기가 생긴 나는 단숨에 레버쿠젠으로 달려갈 생각을 했다. 당장에 다시 뒤셀도르프 Hbf로 달려가 DB반 아저씨에게 물어물어 레버쿠젠행 Regional Bahn표를 끊고 레버쿠젠으로 달려갔다. 지금 다시 이짓을 하라면 절대 못할것이다. 이때의 나는 정말... 에너자이저 같았다. -.-....

체력 트레이너 브로이히 님으로 추정.
레버쿠젠이 작은 동네라는 말을 계속 들어오긴 했지만 도착 당시에는 실감하지 못했었다. 도시는 생각보다 활기차고, 이곳저곳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많았고, 교통편도 좋아보였다.
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중앙쇼핑몰의 문은 자동으로 열릴 정도였다-.-;;;; '으아니 독일에 이렇게 최첨단 도시가 있었다니!'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독일의 시설은 우리나라보다 최첨단이면 최첨단이었지 떨어지진 않는다. 왜 그땐 무의식중에 독일이 우리나라보다 안좋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길 안잃어 버리겠다고 찍어둔 레버쿠젠 지도. 미테역 앞에 바로 있었다.
이 길이 바로 '그 길'-.-;;
지도가 있었으나 경기장은 대체 찾을 수 없을뿐더러, 미테역에서 경기장까진 상당히 멀었다. 길을 헤메고 헤메이다 친절한 자전거 아저씨ㅠㅠ의 도움에 방향을 찾았고, 그쪽으로 그저 쭈-욱 걸었다. 그러다가 익숙한 길(가을되면 레버쿠제너들이 맨날 뜀박질하던 '그 길'...스토킹의 산물이었다-.-;;;), 도랑을 사이로 흙길이 놓인 가로수길을 따라 올라갔더니 왠 사람들이 어느 운동장 철망앞에 모여있었다. 바로 트레이닝장이다!
롤페스와 둠, 하리스테아스와 비달이 보인다!!
알고보니 모여있던 사람들은 전부 그냥 길가다가 트레이닝 시작됐길래 보러온 동네 사람들이었다-.-;; 레버쿠젠의 트레이닝장 근처엔 나같은 극성팬들이 아주 가끔 눈에 띄인다. 특히 외국인은 더더욱 보기 힘들다. 여기서 나는 동네클럽의 모습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이 당시 내가 운이 좋았던게, 트레이닝은 항상 일정 날짜와 시간에 맞춰서 하는데 엄청 잘 맞춰 도착했었다는 것이다. 조사도, 계획도 하나 없는 여행에서 이런 운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도 없는 운동장 주변을 배회하며 힘든 발걸음을 뒤셀도르프로 다시 옮겼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매일 와서 허탕치고 가는일이 수도없었을지도...
아무튼 처음보는 1부팀 트레이닝은 굉장히 신기했다. 이날은 팀끼리 편을 나눠서 일종의 경기를 하는 트레이닝을 하였다. 라바디아님이 지시하에 선수들은 매우 건성건성-.-; 훈련에 임했다.
이날은 펜같은게 하나도 없었기에 훈련장에서 나오는 선수들을 그저 구경만 했다. 끝난 후 바로 팬샵을 찾으러 미테로 달려가, 조금의 헤멤끝에 미테 중앙 좀 외진곳에 있는 바이어샵을 발겼했다.
말도 잘 안통했지만 바이어샵의 언니는 참 친절했었다. 그곳에서 레버쿠젠 매직펜(2.6유로...)과 샬(카니발이 끝나가는 시점의 카니발샬이라 싸게 샀었다.)을 사갖고 돌아왔다. 트리콧도 사고 싶었지만 80유로를 육박했던지라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기쁜 마음을 안고 바로 뒤셀도르프로 돌아왔다. 그저 선수들을 눈앞에서 봤었다는 것에 황홀해져 저녁을 어떻게 해결했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쨌든 잠을 잤던것 같다. 다음날은 더더욱 황홀했었으니까 말이다.